기후 위기 시대, 반려동물도 안전하지 않다
2025년 현재, 세계 각국은 유례없는 기후 위기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가뭄, 폭염, 홍수, 산불, 한파 같은 극한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재난이 아니라 전 지구적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기후 변화의 피해자에는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재난으로 인해 버려지거나 구조된 반려동물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학계와 동물복지 단체에서 ‘기후 난민’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2023년 전북, 경북, 강원 등지에서 발생한 홍수로 인해 침수 피해를 입은 가정의 반려동물 다수가 사망하거나 유기되었고, 2024년 제주도 폭우 시기에는 관광객이 데려온 반려견 수십 마리가 숙소 대피 불가로 구조 요청된 사례도 있었다.
기후 변화는 반려동물에게 ‘환경 스트레스’ 수준이 아니라 실제 생존을 위협하는 물리적 재난이 되고 있다. 이 흐름을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아선 안 되며, 보호자와 지역 사회, 국가가 함께 준비해야 할 실질적인 위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기후 난민’이 되는 실제 사례들
‘기후 난민’이라는 용어는 원래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 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물들도 그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산불 사태다. 이 지역에서는 산불로 인해 수천 마리의 반려동물이 집을 잃거나 임시 보호소로 대피했고, 일부 지역은 재건이 불가능해 반려동물과 이별해야 한 보호자가 속출했다.
국내에서도 강릉·포항 등 동해안 산불 지역에서 이재민 반려동물 보호소 수용률이 200%를 넘기기도 했으며, 보호자가 대피소에 머무르는 동안 동물은 차량이나 텐트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문제는 이런 비상 상황에서 반려동물은 대피소 입소 제한, 이동수단 부족, 사료·급수 문제, 실종·탈주 가능성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특히 다견 가정이나 특수견(맹견, 노령견, 장애견 등)은 기후 재난 시 대피 계획이 전무하거나, 현실적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구조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처럼 반려동물도 점점 더 기후 환경에 따라 안전을 잃고 거처를 상실하며, 사회적 지원 없이 방치되는 구조로 밀려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난민’의 정의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기후 재난 속 반려동물을 위한 사회 시스템의 부재
문제가 더 심각한 이유는, 현재 국내 대부분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사람 중심’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5년 현재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 재난문자, 대피소 운영 기준 등 거의 모든 대응 매뉴얼에서 반려동물은 제외되어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폭우로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에 재난문자가 발송되어도 해당 가정의 반려동물 대피 동선이나 지원책은 따로 안내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공공 대피소는 ‘동물 입소 불가’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 보호소는 대부분 유기동물 구조·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후 재난 발생 시 대피소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설령 수용하더라도 냉방·급식·방역 인프라 부족, 정확한 반려인 매칭 시스템 부재 등으로 혼란을 겪는다.
이러한 공백은 곧바로 ‘기후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의 생존권이 방치된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보호자는 대피소로 향하고, 반려동물은 차량에 방치되거나 유기되는 일이 반복되며, 이는 기후 난민 반려동물 증가의 악순환을 고착화 하고 있다.
즉,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늘었지만, 기후 위기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반려동물은 여전히 제도 밖 존재로 남아 있는 현실이다.
현실적 대응을 위한 보호자·공공 차원의 과제
이제 우리는 “기후 변화는 피할 수 없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고, 회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수행할 수 있는 현실적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보호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준비
- 집에 ‘반려동물 비상 대피 키트’(이름표, 리드줄, 예방접종 기록, 간식, 응급약 등)를 구성해 두자.
- 여름철, 우기, 산불철마다 사전 대피 계획을 세우고,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친척·지인의 집이나 동물병원 리스트를 확보해 두자.
- 반려동물이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갖출 수 있도록 평소 훈련을 하고, 대피소 환경을 가정에서 시뮬레이션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② 공공기관이 추진해야 할 변화
- 재난 대응 매뉴얼에 ‘반려동물 항목’ 추가 의무화
- 임시 대피소 내 동물 전용 구역 설치 및 운영 인력 배치
-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의 기능을 확대해, 재난 시 유기 아닌 보호 기능을 수행
- 반려동물 포함 가정의 재난 안전교육 제공 및 모의훈련 의무화
이러한 변화는 비용과 시간이 들겠지만, 결국은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생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필수 조건이다.
기후 난민 시대, 반려동물 권리 논의가 필요한 때
마지막으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기후 재난 속에서 반려동물의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까지의 제도는 반려동물을 ‘사유재산’이나 ‘소유자 책임’의 대상으로 취급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 변화라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변수 앞에서, 반려동물도 ‘사회적 보호 대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흐름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EU 일부 국가에서는 2024년부터 재난 관리 법안에 반려동물 대피 항목을 공식 포함시켰고, 미국 FEMA는 재난 대피소의 반려동물 수용을 조건부 허용하고 있다.
한국도 2025년 하반기부터 일부 지자체가 시범적으로 ‘반려동물 동반 대피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으며, 국회에는 기후재난 시 반려동물 보호 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반려동물 복지 향상을 넘어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법적·윤리적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후 난민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앞으로 매년 반복될 폭염, 홍수, 산불, 태풍 속에서 반려동물이 ‘재난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지금 우리의 인식과 제도가 함께 진화해야 한다.
기후 재난은 반려동물에게도 생존 위협이 됩니다. 반려동물도 기후 난민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보호자와 사회가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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