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유기동물 증가,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2025년, 한국은 역대 최장·최고 수준의 폭염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이 한 달 넘게 이어졌고, 특히 대도시권에서는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날도 많았다. 이러한 극단적인 날씨 속에서 유기동물의 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5년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전국 보호소에 신규 입소된 유기동물 수는 전년 대비 18.4%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고온기(6~8월)에 집중된 유기 사례는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계절적 특성으로만 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보호자 부담 증가, 실외활동 제한, 반려동물 질병 및 스트레스 증가, 관리 미숙에 따른 이탈·방치 사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폭염은 전기요금 부담, 실내 에어컨 사용 제한, 외출 중 물·식사 부족 등과 연결되며, 고의적 유기뿐 아니라 ‘사실상 방치형 유기’가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보호자의 책임 약화와 반려동물 스트레스 증가
폭염 속 유기동물 증가는 단순히 외부 환경 문제가 아니다. 보호자의 관리 역량과 책임감 약화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많은 보호자들이 폭염으로 인해 산책을 자제하거나 외출을 줄이면서 반려동물의 행동 변화나 스트레스를 간과하게 된다.
특히 여름철에는 반려동물이 식욕 저하, 과호흡, 피부 트러블, 짜증, 짖음 증가, 가구 파손 등 스트레스를 행동으로 표현하게 되는데, 이를 ‘문제 행동’으로 오해하고 훈육이나 격리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는 스트레스를 받고, 반려동물은 점점 사회성 저하·신체 컨디션 악화로 이어지면서, 결국 버려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또한 일부 가정에서는 여름철 휴가 철에 맞춰 반려동물을 일시 위탁하거나 지인에게 맡기던 관행이 줄어들면서, 단순히 귀찮음이나 여건 부족으로 유기 또는 파양을 선택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실외에서 키우던 중형견, 시골 반려묘의 경우 폭염으로 밥그릇의 사료가 상하거나, 물이 증발하면서 자연 방치가 유기로 이어지는 사례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호소가 직면한 여름철 수용 문제와 구조적 한계
폭염 속 유기동물 수가 급증하면서, 보호소는 수용 능력을 빠르게 초과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전국 30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 보호소는 평균 수용률 110% 이상을 기록했으며, 일부 도심권 보호소는 150% 이상의 과밀 수용 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보호소 내 환경은 일반 가정보다 취약한 구조다. 환기가 어려운 공간, 좁은 철장, 제한된 냉방 설비로 인해 반려동물의 열사병, 호흡기 질환, 피부 질환 발병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더불어 예산 부족으로 인해 에어컨 설치가 미비하거나, 냉방기 가동 시간이 제한되는 보호소도 많아, 여름철 수용동물의 컨디션은 전체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관리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 명의 직원이 하루 수십 마리 이상의 동물을 관리해야 하는 보호소는 여름철 청소, 급수, 이상 증상 대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소극적 치료 또는 응급상황 대기 중 폐사 사례가 종종 발생하며, 구조된 동물이 오히려 보호소 내에서 위험에 노출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보호소는 자원봉사 인력을 통한 냉방 보조, 얼음물 공급, 야간 위주 관리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여전히 구조적 취약점은 계속되고 있다.
지역 보호소의 대응 방식과 민간의 협력 사례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일부 지역 보호소와 민간단체는 적극적인 대응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경기 남부권의 한 공공 보호소는 폭염 기간 동안 ‘무더위 쉼터’ 컨셉으로 냉방 존을 설치하고, 오전·오후 시간대에 쿨링 브러싱, 수분 간식 급여 프로그램을 운영해 유기동물의 스트레스와 체온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있다.
또한 인천의 한 보호소는 주 3회 이상 냉방기 점검, 제습기·서큘레이터를 순환 배치하고, 온습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보호 공간의 환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민간 보호단체와의 협력도 눈에 띈다. 일부 보호소는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냉방 설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민간 기업의 기부로 냉풍기·쿨매트·냉각 조끼를 확보하고, 여름철 전용 간식 세트를 무상 배포하고 있다.
또한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를 위해 여름철 한정으로 ‘쿨홈 캠페인’을 전개해, 냉방이 잘 갖춰진 가정으로 우선 입양을 유도하거나, 입양 가정에 여름철 필수 용품 패키지를 함께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비록 일시적일 수 있지만, 최소한 유기동물이 보호소에서 ‘더위로 죽지 않게 하자’는 최소한의 윤리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의 과제와 보호자·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할 일
폭염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며, 그로 인한 유기동물 증가는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대응책은 단순한 보호소 설비 확충에 머물러선 안 된다.
우선 보호자는 반려동물을 단순히 ‘집 안의 존재’가 아닌,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여름철에는 실내 온습도 관리, 수분 보충, 열사병 예방교육, 위기 상황 발생 시 응급 대처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계절별 유기동물 대응 계획’을 각 지자체에서 마련하고, 여름철 한시 보호소 수용 인력 확충, 민간 협력 확대, 구조동물 수송·분산 체계 강화 등이 요구된다.
또한 정부 차원의 대책으로 ‘기후 위기 동물복지 예산 항목’ 신설, 여름철 유기동물 대응 매뉴얼 제작, 민간 보호소 운영 기준 강화 및 인증 제도 도입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기동물이 더위 속에서 버려지지 않도록, 보호자·사회·제도가 함께 움직이는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폭염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속에서도 반려동물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변화는 지금,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폭염 속 유기동물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보호소는 과밀과 냉방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보호자와 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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