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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화폐

CBDC가 금융소외계층에 미치는 영향 분석

디지털 전환 시대, 금융에서 밀려난 사람들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우리는 은행에 가지 않고도 계좌 개설, 송금, 대출, 투자까지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 즉 금융소외계층이 존재한다. 고령자, 저소득층,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농어촌 거주민 등이 그 대상이다. 이들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거나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하고, 신용평가 시스템에서 배제되면서 기존 금융 혜택에서 소외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운영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로, 현금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화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계좌가 없는 사람도 스마트폰이나 별도 디지털 지갑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소외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 글에서는 CBDC가 금융소외계층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동시에 어떤 부작용이나 정책적 한계가 존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CBDC가 단순한 금융기술이 아니라, 금융 평등과 포용의 실현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CBDC가 금융소외계층에 미치는 영향 분석


CBDC의 구조적 특성: 금융소외계층 접근성 확대의 기반

CBDC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은행 계좌 없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금융 인프라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의 직접적 연결 고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고령자나 저신용자, 외국인 노동자처럼 기존 은행 계좌 개설이 제한적인 사람들도 디지털 지갑만 있다면 CBDC를 통해 송금, 결제, 보관이 가능하다.

또한, CBDC는 실시간 처리와 낮은 거래 비용을 지향한다. 이는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서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금융 서비스를 기피했던 저소득층에게 큰 혜택이 된다. 더불어 CBDC는 모바일 기반의 단순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어, 금융 문맹자도 보다 쉽게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행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은 인터넷이 없어도 작동 가능한 오프라인 CBDC 기능을 개발 중이다. 이 기능이 실제 구현된다면, 통신망이 불안정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디지털 화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지역 간 금융 격차 해소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요약하면, CBDC는 기존 금융 시스템이 닿지 못했던 부분을 디지털 기반으로 메워줄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충분히 갖춘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영향: 금융포용의 실질적 실현 가능성

CBDC의 도입은 금융소외계층에게 단순한 접근성 향상을 넘어,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복지정책의 효율성과 정밀성 향상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지급하는 각종 복지 수당이나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CBDC로 직접 지급할 경우, 중간 유실 없이 대상자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CBDC는 조건부 지급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간 내에 지정된 항목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된 ‘스마트 머니’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능은 정부 보조금의 오용을 줄이고, 지원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금융소외계층 입장에서도 생필품, 교통, 통신 등 필수 분야에 집중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셈이다.

또한, CBDC는 금융교육의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지갑을 통해 자동 예산 관리, 알림, 거래 분석 등을 제공하면 금융 이해도가 낮은 계층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지출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금융 자립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CBDC는 단순한 디지털 화폐가 아니라, 사회 정책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복지·금융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계와 우려: CBDC 도입이 오히려 새로운 배제를 만들 수 있는가?

CBDC가 금융소외계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새로운 형태의 소외를 초래할 수 있는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문제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고령층이나 농촌 거주자, 장애인 등은 CBDC 시스템에 접근조차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읽기·쓰기 능력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디지털 화폐의 사용이 기존 화폐보다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CBDC 중심의 사회가 전개되면, 실물 화폐에 의존하던 계층은 더 큰 배제를 경험할 수 있다.

보안성과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주요한 문제다. 금융소외계층은 디지털 보안에 취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 분실, 해킹, 피싱 등으로 인한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가가 책임을 어디까지 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또 하나의 우려는 정부의 과도한 통제다. CBDC는 모든 거래 기록이 중앙에서 수집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와 과도한 모니터링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은 사회적 합의와 법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없이는 오히려 신뢰를 잃고 도입 자체가 거부당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CBDC는 가능성만큼이나 위험요인과 사회적 준비 과제도 크다.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접근성과 함께 인간 중심의 설계, 그리고 충분한 사전 교육과 제도적 보호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 진정한 금융 포용의 실현은 기술이 아닌 설계에 달려 있다

CBDC는 금융소외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다. 은행 계좌 없이도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정부 지원금을 직접 수령하며, 자신의 금융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를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잘못된 설계는 새로운 디지털 배제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CBDC의 도입 과정에서는 기술, 정책, 교육, 인프라, 법제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하며, 특히 사회적 약자와 디지털 취약계층을 배려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디지털 화폐는 단순히 돈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평등, 경제적 자립, 기술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한국이 진정한 디지털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CBDC를 통한 ‘포용적 금융 시스템’ 구축을 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CBDC는 선택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시스템으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의 철학이자 미래 전략이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화폐, 그것이 진짜 CBDC의 존재 이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