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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AI

소멸 위기 언어 AI 프로젝트 사례 비교 시나리오

언어 소멸의 글로벌 위기와 AI의 대응 가능성

세계에는 현재 약 7,000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본 세기 내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언어는 단어 이상의 의미, 즉 문화와 정체성을 담은 생명체와 같으며, 사라진 언어는 그 공동체의 기억과 지혜를 잃는 것과 같다. AI 기반 기술은 이러한 언어를 기록하고, 학습시키며,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도록 도와 문화적 맥락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AI는 음성 인식, 자동 번역, 텍스트 생성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소멸 언어를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하는 기술 매개체가 된다. 이는 언어 사용자 커뮤니티가 주체적으로 데이터 생성에 참여함으로써 디지털 포용성과 언어 자립권을 동시에 확보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소멸 위기 언어 AI 프로젝트 사례 비교 시나리오

주요 사례 1: 마오리어 음성인식 모델  Te Hiku Media

뉴질랜드의 Te Hiku Media는 마오리어(Te Reo Māori) 자동 음성인식(ASR) 모델을 개발하였다. 30년간 라디오 방송 아카이브와 현지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92% 수준의 인식 정확도를 달성하며 주요 언어기업보다 성능이 우수했다.

뿐만 아니라 토착 공동체 주도의 데이터 라벨링과 품질 관리 과정을 거쳐, 기술의 소유권과 제어권을 현지 커뮤니티에 돌려주는 접근 방식이 핵심이다. 이 사례는 언어권의 디지털 자립이 기술 능력 이상으로 공동체 참여와 문화 맥락 존중에 기반해야 한다는 교훈을 제시한다.

사례 2: LakotaBERT와 NushuRescue  LLM 기반 언어 복원 모델

LakotaBERT

미국의 수우족 언어 Lakota를 위한 **Transformer 기반 맞춤형 언어 모델(LMM)**로, 대략 10만 문장 규모의 Lakota–영어 병렬 코퍼스를 구축하였다. Masked language modeling 정확도가 51% 수준으로 저자원 언어임에도 영어 수준과 견줄 수 있는 학습 성과를 보여주었다.

NushuRescue

중국의 여성 전용 고문 언어인 Nushu를 대상으로 GPT‑4 Turbo 기반 자동 번역 프레임워크를 개발했고, 35개의 예시만으로도 약 48.7% 정확도 달성 및 98개의 추가 병렬 문장 생성에 성공했다. 이는 소량 데이터로도 의미 있는 언어 복원과 문장 생성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혁신적 접근이다.

이들 사례는 AI 언어 모델이 저자원 소멸 언어 복원에 실질적 기여할 수 있으며, LLM이 언어 다양성 보전의 핵심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사례 3: 협업형 언어 데이터 플랫폼  Common Voice, Aikuma, FirstVoices

Mozilla Common Voice

시민 참여 기반 오픈 소스 플랫폼으로 수백 언어에 대해 음성 데이터를 수집한다. 저자원 언어의 판정 정확성을 높이는 대표적 글로벌 노력이다.

Aikuma 및 Lig-Aikuma

문맹자 대상의 모바일 음성 기록 앱으로, 문자 없는 마을에서도 시간-매칭 번역과 음성 기록이 가능한 경량 도구로 활용된다.

FirstVoices

캐나다 원주민 언어 보존 플랫폼으로, 언어권 커뮤니티 주도로 사운드, 단어장, 문장, 게임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데이터 주권과 사용자 관리권을 커뮤니티에 귀속하는 모델이다.

이들 플랫폼은 언어 보존의 기술적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커뮤니티 주도형 데이터 소유권과 지속가능한 기록 방식을 제시한다.

종합적 비교와 AI 언어 복원의 윤리적 방향

여러 사례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차별점을 확인할 수 있다:

  • 기술성과 커뮤니티 참여의 균형
    Te Hiku와 FirstVoices는 공동체 참여 중심이며, LakotaBERT와 NushuRescue는 기술 중심이지만 커뮤니티 협력을 통해 정체성을 담지한다.
  • 저자원 언어 대응 전략 다양화
    LLM 기반 번역 중심 모델부터, 음성 ASR, 교육용 챗봇, 데이터 수집 플랫폼까지 기술적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 윤리적 설계와 데이터 주권 확보
    모든 프로젝트가 지역 참여자 중심의 데이터 수집과 소유권 인식을 포함하며, 외부 기술 주도 모델에서 벗어나 언어권이 주체가 되는 모델로 설계되고 있다.
  • 확장성과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는 AI 모델 구축 이후에도 지속적 업데이트, 커뮤니티 교육, 평가 체계 등이 병행되며 장기적 언어 유지 가능성을 확보해 나간다.

향후 추진 방향과 정책 제언

소멸 위기 언어 AI 복원 프로젝트는 기술 혁신뿐 아니라 언어 주권, 문화적 권리,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를 포함하는 사회적 실천이다. 향후 발전 방향은 다음과 같다:

  • 커뮤니티 주도형 언어 데이터 경제 창출: 데이터 제공자에게 수익을 돌아가게 하고, AI 결과 공유까지 연결되는 모델 구축.
  • 국제 언어 AI 윤리 및 인증 기준 마련: 알고리즘 편향 방지, 문화적 맥락 반영, 커뮤니티 동의 절차 명문화.
  • LLM과 일반 사용자 도구 간 통합: 번역, 음성 인터페이스, 교육형 챗봇 등 현지 언어로의 접근성 중심 애플리케이션 확산.
  • 다언어 지역 간 협력 모델 구축: 여러 소멸 언어 권역 간 공동 실습, 기술 공유, 번역 연동 시스템 구축.

결국 AI를 통한 언어 복원은 기술이 누군가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언어를 지닌 공동체와 손잡고 문화를 재구성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이는 AI 기술이 기술 중심이 아닌 문화·정체성 중심의 존중과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다. 

기술 중심 복원이 아닌, 문화 중심 AI 설계로의 전환

소멸 위기 언어의 복원은 단순히 텍스트와 음성을 디지털화하는 기술적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의 삶, 역사, 정체성, 감정, 그리고 문화적 맥락을 함께 복원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AI 기술이 이 작업을 도울 수 있으려면, '기술 중심'에서 '문화 중심'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AI 기반 언어 복원 프로젝트들은 기술적 정밀도, 처리 속도, 인식률 등의 계량적 지표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각 언어에는 고유의 상징체계, 의례적 표현, 감정 구조, 사회적 맥락이 포함되어 있어, 단순한 ‘의미 전달’ 이상의 층위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화적 함의를 무시한 채 구축된 AI 시스템은 정확히 번역은 할 수 있을지언정, 그 언어의 ‘혼’은 담지 못하는 기술에 머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AI 기반 언어 복원 기술은 다음과 같은 문화적 설계 철학을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

  • 지역 전문가와 문화 해석자의 상시 협업: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학습, 결과 리뷰에 이르기까지, 언어 공동체 내부의 문화 전문가, 교육자, 구술자들과 긴밀한 협업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 의례적 문장, 감정 표현, 상징적 맥락까지 포함하는 시나리오 중심 데이터 수집: 단순한 문장보다 실제 공동체 내에서 중요한 문화 행위나 의례적 언어가 포함된 데이터셋이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 AI 모델이 지역 사회에서 직접 활용되도록 설계: 단순히 저장된 기술이 아닌, 지역 교육, 의료, 커뮤니케이션, 예술 창작 등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되어야 한다.

이처럼 AI 기술이 단순히 언어를 처리하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언어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며 설계된다면, 소멸 언어 복원은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를 넘어 문화 부흥 운동이 될 수 있다.